관원생 | 학부모
 
 
 
HOME > 커뮤니티 > 인성자료실
 
[2014년 12월 둘째주] 껌한조각
조회 : 26824        작성자 : 관장님   

하루 내 아이들과 씨름하고 힘겹게 퇴근길에 올랐다.
한참을 기다린 후에 버스를 탄 나는 빈자리를 발견하고 누가 앉을 세라 얼른 뛰어가 앉았다. 퇴근시간에 자리에 앉아서 목적지까지 편안히 간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.
‘이 자리만큼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지켜야지.’
하는 생각으로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.

몇 정거장이 지나자 어떤 할머니가 버스에 오르더니 내 앞으로 오셨다.
‘어휴, 왜 하필 이 할머니께서는 내 앞에 서시는 걸까.’
몇 정거장을 모르는 척하고 가는데 할머니는 차가 덜컹거릴 때마다 내 곁으로 쓰러지시는 것이었다. 아무리 철면피라 해도 더 이상은 못 버틸 것 같아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서며
“할머니 죄송합니다. 제가 몸이 좀 아파서 실수를 저지른 것 같네요. 여기 앉아서 가세요.”
“이를 어쩌나. 몸도 불편한 것 같은데 아가씨가 그대로 앉아서 가도록 해요. 난 괜찮으니까.”
할머니는 손을 저으며 사양하셨고 나는 더욱더 미안해졌다.
할머니는 의자에 앉으시더니
“이렇게 자리까지 양보해 줬는데 보답을 해야지.”
하시며 치맛자락을 걷어 올려 속주머니 속에 숨겨둔 구겨진 껌 하나를 내 손에 쥐어주셨다.
순간 나는 얼굴이 ‘확’ 달아올랐다.
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가벼웠다.

할머니의 잘 가라는 손짓과 함께 차에서 내려 할머니께서 주신 껌을 씹으면서 집으로 향했다.
어떤 껌보다 단맛이 더 나는 껌이었다.

작성일자 : 2015년 01월 30일


총 586의 글 ( 5 / 40 )
번호 화일   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
526 [2013년 12월 다섯째주] 분노의 침전물 [0]관장님13-12-3135895
525 [2013년 12월 네째주] 생명의 무게 [0]관장님13-12-3134757
524 [2013년 12월 셋째주] 뗏목을 남긴 나그네 [0]관장님13-12-3133755
523 [2013년 12월 둘째주] 예 절 [0]관장님13-12-3133488
522 [2013년 12월 첫째주]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 [0]관장님13-12-3133099
521 [2013년 11월 다섯째주] 처방약 [1]관장님13-10-2434719
520 [2013년 11월 네째주] 남아있는 정신으로 [0]관장님13-10-2434672
519 [2013년 11월 셋째주] 달이 뜨겠지 [0]관장님13-10-2434366
518 [2013년 11월 둘째주] 진짜 사는 재미 [0]관장님13-10-2434126
517 [2013년 11월 첫째주] 시작과 끝 [0]관장님13-10-2434459
516 [2013년 10월 네째주] 부모님께 감사 [0]관장님13-09-3035313
515 [2013년 10월 셋째주] 친구의 병문안 [0]관장님13-09-3034985
514 [2013년 10월 둘째주] 청소시간 [0]관장님13-09-3035047
513 [2013년 10월 첫째주] 죽음의 골짜기 [0]관장님13-09-3035720
512 [2013년 9월 다섯째주] 농부의 지게 [0]관장님13-08-3038339

[1][2][3][4][5][6][7][8][9][10][다음 10개]
 
 
 
 
   
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77-4 메트로스퀘어5층 / ☎TEL: 055-243-4293 브레인박사태권도